
| 제목 | 김보경 양의 홍익대 합격 재수생활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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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 “N수하는 거 정말 멋진 일입니다.
제가 성공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그 자체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꿈을 향해 조금이나마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4/6/4/6/4 ⇒ 1/2/3/2/1 김보경 양 (홍익대 예술학과 합격)
안녕하세요? 수능을 못 봐서 재수 혹은 삼수 아니면 N수를 고민 중이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쓰는 글입니다.
짧게 말하면 저는 독학반수 실패 후 삼수를 성공한 사람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쓸 얘기는 공부 방법, 성적 올리기 비법 등에 관한 글이 아닙니다. 그런 글들은 저보다 성적이 더 좋은 분들이 자세히 써 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ㅎㅎ
제가 쓰고자 하는 글은
수능성적이 안나와서 무기력하게 지금을 보내고 있는, 재수할까 하는데 부모님껜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는, 내 나이가 걸려서 삼수가 두려운, 다시 수능을 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고 있는, 그런 분들께 도움 혹은 위로가 되고자 하는 글입니다.
거창하게, 화려하게가 아닌 정말 제가 느꼈던 그대로 쓰려고 합니다. 솔직하게 독학반수~삼수를 하면서 있었던 일을 썼습니다. 너무 길어 재미없는 경험담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이 글이 새로운 1년의 도약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어요. 걍 공부도 대충 노는 건 좋아하고ㅋㅋㅋ 내신은 많이 안 좋았죠. 고2 후반부터는 모의고사에 대비해 공부를 시작했어요. 고3 6월, 9월 때 언어 1등급을 찍어서 제 나름대로의 뿌듯함도 느꼈죠. 그렇게 수능을 보게 됐는데 언어는 3등급이 나오고 그때 등급은 잘 기억 안 나는데 334462? 이정도 됐을 거예요.
담임은 제 점수가 아깝다고 (모의고사는 잘 봤었으니까) 국립대를 들어가서 반수를 하라고했지만 전 그냥 단국대 천안캠퍼스(대학 이름도 안 밝히려고 했는데, 솔직함이 중요하니 밝힙니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 재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곧 죽어도 전 수험생활을 다시 할 순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공부하기 싫고 힘드니까요ㅋㅋ
사실 장학금 받고 가고 교차지원에 마음에 안 드는 과. 과 동기들은 다 착하고 과생활도 솔직히 나쁘지 않았지만 따라가기 힘든 생물, 화학. 그나마 수학 통계 쪽은 수학을 좋아했어서 얼추 따라갔었지만 계속 수업을 들으면서 나는 왜 여기있나? 하는 생각뿐이었어요. 등록금 500도 정말 정말 아까웠어요.
그렇게 5월, 어느 날 지하철에서 집으로 오는 길 마을버스를 타게 됐는데 제 앞 의자 커버에 어떤 문구가 적혀 있더라구요.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당신은 당신이 한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들 때문에 더 후회할 것이다]
그걸 보자마자 메모장에 써넣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어요, 반수하기로- 과제는 솔직히 팀과제만 냈습니다. 교수님들께 죄송하지만 개인과제는 하나도 안했어요.
그렇게 반수의 의지를 가지고 방학 전까지 계속 독서실과 학교를 오가는 바쁜 생활을 하다 방학하자마자 휴학계를 냈습니다. 휴학하고 나서 몇 달은 꼬박꼬박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독서실에 갔어요. 부모님께서 학원에 가라 지원해줄 수 있다 하셨지만 저는 그냥 독학 반수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의 의지를 믿었고 성실하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게 명확했었으니까요. 여기서 좀만 하면 목표로 하는 ㅇㅇ대학 ㅇㅇ학과에 갈 수 있다! 이렇게요. 항상 수능을 잘 봐서 그 대학에 합격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또 학원 다녔던 과언니들, 학원서 재수 중인 주변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학원에 가면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감정적으로 많이 치여서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사람들하고 노는 걸 좋아하지만 공부나 책 같은 걸 읽을 때는 오로지 혼자여야 잘 되더라구요. 그래서 학원이 꺼려졌고…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서 손 벌리기가 싫었습니다. 인서울도 아닌 대학, 무작정 휴학 내버린 제 고집,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돈이 안 드는 독재를 하려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자만한 게 있었으니 바로 제 의지였습니다. 사람이 정말 자기 마음대로 안되더라구요. 의지 하나는 누구보다 독하고 고집도 굉장하고 자신에 대한 자존감 또한 높았습니다. 그렇기에 제 자신을 믿고 독학반수를 할 수 있었던 거죠.
10월 초쯤, 저는 7시 반이 아닌 10시, 11시 되는 시간에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독서실에 갔습니다. 제가 다니던 독서실은 개인커튼이 있었는데, 항상 커튼을 쳐놓고 공부를 좀하다가 정신차려보면 어느새 자고 있고 혼자서 공부하다보니 깨워주는 사람이 없어2~3시간은 그냥 자버리곤 했어요. 확실히 10월이 되니까 몸에 쌓였던 피로가 배가 되는 듯 하고 잠도 엄청 쏟아지더라구요.ㅠㅠ 잠 또 자면 난 사람이 아니다 짐승이다 하며 허벅지 꼬집어가고 팔뚝 꼬집어가며 잠을 이겨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또 반수를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는 횟수가 한달에 1번이던 게 일주일에 1번으로, 같이 독서실에서 재수하던 친구와는 틈만 나면 휴게실에서 서로의 고민을 얘기하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고 정신차려야 된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그걸 컨트롤하지 못했어요. 공부 조금하다 이 정도면 열심히 했어! 하고선 놀고, 밤에 자기 전엔 하루를 반성하며 매일 울었습니다. 자기 뜻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제가 미워서 울었고, 앞으로 다가올 수능 날이 무서워서 울었습니다.
수능 전날, 친구들이 힘내라며 엿이랑 초코렛을 주는데 받으면서도 저는 불안했어요. 수능을 보기 전에 죽어버릴까?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수능을 보면서도 난 망했다, 라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가채점표는 어찌어찌 적어왔는데 집에서 채점하는 날 그냥 멍하니 눈물도 안나오더라구요. 예상했던 대로 못 봤는데 작년보다 더 못 본 결과…
나의 나태를 증명해 주는 결과 4/6/4/6/4/2
그 날 이후로 높아졌던 제 자존감은 땅을 뚫을 듯이 낮아졌고 부모님이 실망하실 모습, 보기 싫어서 매일을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정시박람회를 가면서도 내가 갈 대학은 없는데 왜 가나? 하고. 모의지원을 해보면서도 뜨는 대학이 성에 안 차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수능을 잘 본 뒤의 생각은 수없이도 많이 해봤지만, 수능을 못 본 뒤의 생각은 부정 탄다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수능을 못 봤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제 자신이 한 점이 되서 사라졌음 좋겠다 싶었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없어져버리고 싶어 실제로 자살생각도 많이 해보고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일주일동안 한마디도 안하고 살기도 했습니다.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면서 난 왜 살까 난 쓰레기야 이런 생각에 갇혀 있었죠.
부모님께선 알바를 하던지 영어학원을 다니던지 생산적인 활동을 하라고 하셨지만 저는 수시 2차 발표나면, 정시원서 쓰면, 정시 발표나면 하고 2월달로 모든 일을 미뤘습니다. 부모님과 얘기만 하면 괜히 속상해서 짜증을 부리고, 저는 수능을 못 봤다라는 사실을 꺼내고 싶지 않은데 부모님께서 계속 수능얘기를 하시니까 그게 너무 싫었어요.
친구들도 가끔 만나기도 했는데 만나면 행복하게 웃는 친구들에게 나 수능 망쳤어 이렇게 말하면 동정 받을까봐, 혹은 친구들의 행복을 깨뜨릴까봐 최대한 괜찮은 척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평소보다 몇 백배 우울해져서 한참을 혼자 벤치에 앉아 울었습니다.
혹시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제 1년 전, 아니 고작 10개월 전의 모습-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과 비슷한가요?
실제로 저는 저렇게 지냈습니다. 삼수를 결정하기 전엔 삶이 정말 지옥 같았고 내일 눈을 뜨지 않았음 좋겠다 많이 생각도 했어요. 솔직히 삼수, 결정하기 많이 힘들죠. 재수도 힘들었는데 삼수는 오죽 할까요…ㅠㅠ 저도 제 입으로 부모님께 나 삼수할래 할 때까지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남아도는 건 시간이었지만 곧 3월도 다가오고 남들은 12월부터 한다는 재수선행반, 지금부터 들어가도 될까 또 다시 수능을 못 보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내 나이로는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들… 그렇지만 저는 휴학계를 냈던 그 학교에 다시 돌아가기가 너무 싫었어요. 쪽도 팔리고 돌아가서 다시 다닐 자신도 없고 제가 하고 싶은 게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빌었습니다. 삼수 성공시/ 실패시 대비계획을 자세하게 짜놓고 나 삼수할래 했습니다. 처음에 부모님들은 그냥 휴학계 냈던 학교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말씀하실 때마다 돌아갈 거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제 입장을 고수했어요. 정말 부모님껜 죄송한 일이고 불효녀라는 소리 들어도 될 만큼 못된 년이지만, 삼수해서 성공한다면 그 후에 부모님들에게 효도할 생각으로 간절히 부탁드렸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라는 말이 진짜이듯, 또 아무리 안된다 해도 자식 잘되는 게 먼저인 부모님께서 제 삼수를 허락해주셨습니다. 대신 삼수한다는 말은 그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고 친척들에게는 편입 준비한다는 말로 대체했어요. 부모님께선 너 같은 자식 쪽팔리다고 하셨지만 그건 사실이니까 상처받지도 않았어요. 이미 삼수 성공만이 제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학원가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 친구에게 소개를 받아 평촌 코나투스에 가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사는 곳 바로 옆 지역이었지만 평촌 학원가와 떨어져있어서 아는 사람 안 만나겠지 해서 간 곳이었어요. 또 소수정예라는 점에서 적어도 반에는 아는 사람이 없겠군 하는 점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학원에 가서 맨날 퍼져 자던 그 시간에 수업을 듣고 자습을 했습니다. 맨날 오후 늦게 일어나던 몸을 6시 반에 억지로 깨우고 계속 의자에 앉아서 공부를 하니 적응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생활하니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래도 포기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공부를 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게 좋았습니다. 한 반에 애들이 적어서 그런지 독서실에서 생활할 때처럼 굉장히 조용한 자습시간이었고 혼자 무아지경에 공부에 빠지는 생활이 수능을 망친 뒤의 생활보다 훨씬 더 나았습니다. 다시는 12월, 1월, 2월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학원생활은 힘들었어요. 솔직히 안 힘들다고 하면 그건 뻥이겠죠. 학원에서 돌아오자마자 1~2시간정도 더 공부하다 그냥 잠들기도 했어요. 거의 매일 5시간 씩 자는데도 그냥 5분 눈 붙인 것 같은 그런 시간들이 계속 되었습니다. 학원에선 최대한 선생님들이 지도해주시는 방법대로 풀고 흡수하려고 노력했고, 학원에 있을 때는 졸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학원에서 가는 시간은 독재할 때보다 더 슝슝 가더라구요.
어느새 11월이 되고 수능 날이 되었어요. 수능 전날, 수능 보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전날까지 멍~한 상태로 있었어요. 그냥 학원에서 모의고사 보는 것 같았어요. 수능이 끝나고 가채점표를 들고 나오는 길, 작년과는 다르게 마음이 허하면서도 멍해지더라구요. 매일 밤을 울면서 지냈던 12월, 1월, 2월… 학원에서 재밌고 힘들고 생각해보면 뿌듯했던 시간들이 많았던 9개월- 그 모든 게 머릿속으로 지나가면서 가채점표로 채점을 하고 나온 등급을 본 순간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1/2/3/1/2
누가 보면 삼수해서 그 정도밖에 안 나왔냐고 할 수도 있고, 저도 영어가 굉장히 아쉽기도 한 등급이지만 제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어찌 보면 삼수 성공후기라고 보셔도 무방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성공얘기가 아닙니다.
재수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왜 재수를 하려하는가? 꼭 재수를 해야만 하는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그 일을 위해선 재수가 필요한가? 재수를 성공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재수를 실패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적어도 이 5가지 사항을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서 밤새 생각을 해봐주세요.
재수, 삼수, N수 이상 하는 거 쉬운 일 아닙니다. 누군가가 보면 헛일하는 거다 시간이 아깝다 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말해주고 싶습니다. 재수하는 거, 삼수하는 거, N수 이상 하는 거 정말 멋있고 대견스럽습니다. 제가 성공해서 드리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 자체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꿈을 향해서 조금이나마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80년 더 남은 인생에서 몇 년 더 투자한다고 해서 그게 늦거나 돌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계속 도전하는 것은 대학에서 맞지도 않는 과에 허덕이는 것보다 나은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긴 경험담이 끝이 났네요.ㅎㅎ 제 경험담이 정말 누구에게는 첫 발판, 혹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등록일 | 2019-12-03 |
|---|---|
| 접수상태 | 대기중 |
평일 오전9시 ~ 오후9시
토요일 오전9시 ~ 오후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