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생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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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은정 양의 한국외대 합격 수험생활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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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작년에 재수를 해서 며칠 전 정시에 합격한 예비 대학생입니다.

 

올해 수능을 준비하시는 수험생들을 위해

 

2012년 수능을 본 직후부터 2013년 수능을 보기 전까지의 제 재수 생활을 남깁니다.

 

2012년 수능 직후, 저는 어이없게도 꽤 잘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내 그것은 헛된 망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때 교문을 나서는 제 기분은 홀가분했었습니다.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과 더 이상 사람답지 못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들떠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제서야 왠지 모를 불안감이 서서히 밀려오더군요.

불안감 반 기대 반으로 가채점을 하고 실시간 등급컷을 확인하는데, 그때 기분은 정말..... 겪어보신 분들만이 아실거에요.

 ‘이 성적으로 대학은 갈 수 있을까?’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이런 복잡한 감정과 생각들이 뒤엉켜서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어린 아이처럼 울어버렸어요.

제 우는 소리에 부모님은 놀라서 달려오셨고, 그렇게 1시간이 넘게 같이 울었던 것 같아요. 그간 서로 많이 힘들었으니까요.

 

다음 날, 저는 눈이 팅팅 부은 채로 학교에 갔어요.

안 나오는 아이들도 많았고, 이미 자리 잡고 우는 아이부터 시작해서 그런 아이를 위로해주는 아이들,

그리고 수능 대박을 터뜨린 아이까지.

바로 그저께까지 한반에서 1년 동안 동거동락해온 친구들인데도, 왠지 소외되는 느낌이었어요.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주변인이 된 기분이었죠.

 

수능이 끝난 뒤의 고3아이들은 학교 입장에선 잉여인간에 불과하죠.

단지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서 오전에 잠깐 나왔다가 돌아가는 식이었어요.

저희 학교는 기말고사도 미리 보았기 때문에 정말 우리들이 학교에서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었죠. 교실을 정리하는 것 외에는요.

 

저처럼 수능을 망친 몇몇 아이들은 적성검사를 준비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막연히 적성검사를 보려고 했어요.

부모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고요. 하지만 학교에서 돌아와 적성검사를 공부하려는데, 제 자신이 무척 초라하다고 느껴졌어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애물단지 취급받는 정말 잉여인간이 돼버린 것 같았어요.

그때, 생각했죠. ‘나에게도 꿈이 있고 가고 싶은 대학도 있는데, 원하지도 않는 그리고 합격률보다 불합격률이 훨씬 높은

이 대학의 적성검사 준비를 내가 왜 하고 있는거지?’ 그렇게 저는 불현듯 시험 전 날 마음을 바꿨고, 결국 시험을 치르지 않았어요.

 

부모님은 무척 속상해 하셨고, 제게 물으셨죠.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점수 맞춰서 대학갈 것인지 아니면 재수를 할 것인지 말이에요.

부모님은 저를 다그치셨지만 저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저도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잘 몰랐으니까요.

단지, 제가 무능력해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저는 1주일 간 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어요. 학교 갔다가 돌아오면 제 방에 틀어박혀 내내 울었던 것 같아요.

 

 

참다 지친 가족들은 저와의 대화를 시도 했지만, 저는 일방적으로 거부했어요. 누구도 제 마음을 이해해줄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세상의 모든 슬픔은 혼자 다 떠안은 것처럼 살았죠. 이런 제멋대로인 행동에 분노하신 아버지는 제 방문을 부수셨고,

드디어 저는 제 결심을 말씀드렸죠. 재수를 하겠다고 말이에요.

 

하지만 가족들은 이런 제 결심을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재수 비용도 문제지만, 수험생활은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요.

공부는 제가 하는 것이긴 하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더 불편하겠죠.

그래도 전 이대로 제 점수에 맞는 그저 그런 대학을 가고 싶진 않았어요. 적어도 제가 선택한 대학에서 정말 즐겁게 공부하고 싶었어요.

대학은 조금 더 높은 수준의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지, 남들 다 가기 때문에 자기도 덩달아 구색 맞춰보겠다고 가는 곳이 아니니까요.

가족들은 계속해서 저를 설득했어요. 재수라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주변에 재수하는 사람 많이 봤는데, 10명 중에 1명 성공할까 말까다.

5명은 현상유지, 나머지는 더 떨어졌다며 제 마음을 바꾸려 했죠. 물론, 고3 담임선생님 또한 재수하겠다는 저를 말리셨죠.

수능 이라는 게 공부한 만큼 나오는 시험이 아니라면서 일단 대학에 가서 제 꿈을 찾아보라고 하셨어요. 그러나 누구도 제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어요.

 

어렵게 재수를 결심했지만 막상 다시 공부하려고 하니 눈앞이 깜깜해지더군요. 책상 앞에 앉으면 숨이 막히고 졸음이 쏟아졌어요.

그래서 일찌감치 독학은 포기하고 재수학원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기숙학원부터 재종반까지 여러 군데 많이 알아봤었어요.

이왕이면 좋은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어서 기숙학원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학원비가 집안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그곳에 정말 죄수처럼 갇혀 살아야 한다는 걸 제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일반 재종반을 알아보았어요.

 

처음에는 자취를 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유명학원을 다니려고 생각했었지만, 반별 인원수가 너무 많은 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한반에 5~60명씩 모여 있으면 질문은커녕 뒷자리에 앉게 될 경우 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사람이 많으면 아무래도 잘하는 아이들 위주로 관리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집에서 다닐 수 있는 학원을 알아보다가 평촌에 있는 코나투스라는 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등록을 했죠.

 

다른 대형학원들과는 달리, 한 반 인원이 20여명 정도인 것과 EBS를 주교재로 삼는 게 마음에 들었거든요.

EBS가 수능과 연계율이 높다보니 공부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건데, 다른 학원들은 자체 교재를 주교재로 삼고 있어서

EBS를 교재로 쓰지 않는 과목은 저 혼자 공부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고3때도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EBS는 양이 너무 많아서 진도 나가기가 어렵다며 수업을 해주시지 않아서 혼자 따로 공부했었어요.

처음에는 매일매일 꾸준히 했었지만, 그게 혼자 공부하다 보니 놓치는 시리즈도 생기고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부해야하는 지도 몰라 고생했었죠.

 

또 저는 쓸데없이 학생들을 많이 모집해서 그 수백 명 중에 겨우 몇십명만이 혜택을 보는 게 아닌 학생수는 적어서

그들 모두가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그런 곳에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학원들보다 학원비가 조금 비싸도 여기서 남은 8개월을 불태우리라 결심했죠.

 

저는 2월 정규 개강반이 아닌 3월 2차 개강반에 들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반 분위기도 조금 어수선한 면이 있었어요.

특히 3월 초에 유독 저희 반에만 학원 규칙에 위반되는 사건이 많이 일어났었어요.

그 때문에 저희 반은 주요 감시 대상반이 되었죠. 그때는 그게 정말 불편하고 짜증났어요.

내가 그런 것도 아닌데 왜 그 애들 때문에 내가 똑같이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싶었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런 학생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어요.

 

공부 분위기를 흐트러뜨릴 여지를 갖고 있는 학생들은 가차 없이 잘렸죠. 학기초뿐만 아니라,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9월, 10월에도 잘리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대개 다른 학원들은 7,8월이 되면 관리가 소홀해 진다고 하는데, 코나투스 학원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과목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관리 선생님들과도 돈독해져서 관리가 더 잘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이 적어서 딴짓하면 금방 눈에 띄고, 누군지 이름까지 다들 아시니까요.

 

3월은 정말 온전히 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달이었어요.

정규 개강반보다 2주가량 진도가 늦었지만 선생님들도 굳이 진도를 맞추기 보다는 기초다지기 위주로 강의해주셨어요.

저는 수리영역을 포기한 일명 수포자였기 때문에 수리영역 공부에 집중하기로 마음먹고, 저희 반에 들어오시는 3명의 수리선생님 중

저와 가장 잘 맞다고 생각되는 수학 선생님 중의 한 분과 상담하여 8개월 동안의 대략적인 수리 영역 계획을 세워서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일단, 저는 수학(상),(하)부터 공부했어요. 고1때처럼 세세하게 공부하는 게 아니라, 수능에 주로 쓰이는 개념 위주로 공부를 했어요.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마지막에 수학 (상)(하)가 제대로 안되있어서 답을 못내는 경우가 발생하거든요.

또 수1과 미적분은 조급해 하지 않고 수업진도에 맞추어 개념다지기를 했죠. 선생님이 6월 평가원 전까지는 문제를 풀기 보다는

무조건 개념 공부만 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저는 그냥 그 말만 믿고 따라갔어요.

 

1년 동안 수리 공부를 놓았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작했어요.

그리고 3월 모의고사를 보았죠. 성적은 제가 보았던 수능 성적과 별반 다를게 없었어요. 어쩜그리 변한게 없는지 신기할 정도였죠.

실망은 했지만 좌절은 하지 않았어요. 한 달 동안 공부해서 급격히 상승할 것 같았으면 애초에 재수를 할 필요가 없었겠죠.

 

4월이 되면서부터 선생님들이 본격적으로 숙제를 내주셔서 자기 공부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동시간, 쉬는 시간, 식사시간 등을 아껴서 틈틈이 공부했죠. 집에서 학원까지 카풀을 타고 가면 대략 40분가량 되는데,

아침에는 pmp로 언어 인강을 듣고, 저녁에는 학원에서 내주는 영어 단어를 외웠죠.(매일 아침 시험을 봤거든요;)

쉬는 시간에는 수업 내용을 정리하거나 다음 시간 수업을 예습했어요(그냥 훑어보는 정도). 화장실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식사 시간에만 갔어요. 밥 먹고 양치질 하면서 화장실도 같이 갔죠. 식사도 저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어요.

 

학원에서 급식을 하긴 하지만, 급식순서가 반의 출결상황, 전날 자습태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아껴보려고 저는 도시락을 먹었죠. 특히 언어 숙제가 많았는데, 분석노트라고 수업시간에 배운 EBS작품 중

중요 작품이나 지문을 복습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문학 같은 경우 작품의 내용을 알고 있으면 아무래도 많은 도움이 되고, 시는 알고 있다면 문제만 보고 풀어도 되는 게 많잖아요.

게다가 비문학은 지문을 변형해서 출제되기 때문에 나중을 대비해서 미리미리 정리해 놓는거죠.

나중에 EBS책 전부 모아놓고 훑어볼 수는 없으니까요. 정리할 때는 이런 거 왜하나 싶기도 하고 수능이 무슨 내신도 아니고

이렇게 해서 효과가 있나 싶기도 했는데, 주변에 이 분석노트를 시작한 뒤로 유독 평가원 시험만 대박치는 아이를

보았기 때문에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EBS를 달달 외운다고 해도 수능을 잘 볼 수 없다는 걸 작년에 경험해서 알았기 때문에,

추가로 언어 인강을 들었어요. 문제를 푸는 스킬따위를 가르쳐 주는 강사보다는 처음 보는 낯선 지문이나,

작품의 독해력을 키워줄 수 있는 강사를 찾아 들었죠. 저도 그전엔 문제 먼저 보고 지문에서 찾아 대입하는 식으로 풀었는데,

그 방법은 제게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았어요. 항상 80점 초중반에서 점수가 멈춰있었거든요.

그래서 방법을 완전히 바꿔서 지문 자체를 이해하려고 애썼어요. 원칙대로 하려다 보니,

처음엔 힘들었지만 서서히 지문을 보는 시야가 생기고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이 쌓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5월 쯤 되니, 학원 생활도 익숙해지고 제가 재수생이라는 걸 서서히 잊게 되더군요.

대학 간 친구들과 연락하지도 않다보니 저는 제가 아직도 고등학생인 것처럼 살았어요. 그

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기도 했고요. 매월 모의고사를 보긴 하지만, 성적이 눈에 띄게 큰 변화가 나타나는 건 아니었어요.

어차피 사설 모의고사는 보는 인원이 적기 때문에 등급보다는 시험 볼 때의 그 느낌과 실수를 확인하고,

제가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를 점검하는 데 신경을 썼어요.

 

그러다 보니, 더 이상 시험이 두렵지 않더군요. 오히려 빨리 시험을 봐서 제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성적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성적이 떨어지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는 건 저도 마찬가지였죠.

‘이대로 괜찮을까?’하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해서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곤 했어요.

 

하지만 담임선생님께서 모의고사가 끝나면 1주일 안에 바로 상담을 해주셔서 그런 걱정들은 빨리 떨쳐버릴 수 있었어요.

꼭 모의고사 후가 아니어도 한 달에 한번 이상은 상담을 해주셨죠. 성적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기 보다는

저의 약점을 보완해줄 방법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는 식이여서 좋았어요.

 


또 담임선생님이 해결해 주실 수 없는 부분은 해당 과목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하는 식으로 제 약점을 보완해 나갔죠.

오후 3시쯤에 수업이 끝나면 10시까지 각 과목별로 당직 선생님이 질문이나 상담을 해주셨거든요.

 

그렇게 코나투스 학원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6월 평가원이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그 전에 꽃 피는 봄이 오면서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덩달아 마음 흔들리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런 게 없었어요.

재수를 결심하고 나서는 친구들과의 연락은 완전히 끊었기 때문에 유혹할 사람도 없었고, 목표가 있으니까 봄햇살 따윈 느껴지지도 않더군요.

평가원시험이 다가오면 많은 아이들이 긴장을 하게 돼요. 아무래도 평가원시험은 자신의 수능등급을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는 시험이니까요.

 

또 평가원 이후, 반 편성을 새로하기 때문에 혹시 나쁜 반으로 편입되진 않을까 걱정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담임선생님이 좋았기 때문에 꼭 그 반에 계속 남고 싶어요. 물론, 다른 좋은 선생님들도 많이 계셨지만,

특히 저희 담임선생님은 학원에도 거의 새벽같이 출근하시고, 주말에는 당직이 아니어도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항상 나오셔서 저희와 함께 있어주셨어요.

 

또 일요일까지 나오셔서 저희들 질문을 받아주시곤 했죠. 그래서 저는 저희 담임선생님을 믿고 신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선생님은 어떻게 해서든지 반드시 제가 원하는 대학에 저를 보내주실 수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 주셨죠.)제가 직접적으로 표현은 안했었지만, 재수 생활 내내 선생님을 믿고 많이 의지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보았던 6월 평가원 점수는 35313(2012수능)→32112.

수리영역이 쉽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수리영역이 원점수로 89점을 맞았다는게 믿기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는 잘봤자 3등급, 항상 4~5등급을 맞았었거든요.

사실, 사설 모의고사를 볼 때도 3등급에서 벗어나질 못해 조금 불안했었는데,

평가원은 다른 사설모의고사나 전국연합과는 다른 출제경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간 개념위주로 공부해온 제가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같아요.

 

외국어같은 경우도 1등급을 맞아본 게 고등학교 3년 통틀어서 처음이라 정말 기뻤어요.

96%로 1등급 마지막 라인이긴 했지만 그래도 외국어는 수리만큼 못했었거든요. 항상 4등급 정도를 유지하는 정도였죠.

하지만 재수를 시작하면서 부터 영어 공부가 재밌어졌고, 영어를 읽고 있는 게 즐거웠어요.

단어외우는 건 단순 암기라 싫었지만, 첫 문장을 보고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추측하고 하는 그냥 이런 과정자체가 좋았어요.

과목자체를 좋아하다 보니 점수도 가장 빨리 올랐던 것 같아요.

 

사탐 같은 경우는 제가 수포자였기 때문에 고3때 해놓은 게 있어서 현상유지하기가 수월했던 것 같아요.

제 선택과목은 법과사회와 정치였는데, 법사는 2012수능 때도 만점을 맞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무난히 만점을 맞았죠.

문제는 정치였어요. 수리포기하고 사탐에 투자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치를 3등급을 맞았었거든요.

인강을 따로 들을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래도 현장강의가 나을 것 같아 학원에서 강의해주시는 분의 수업을 들었어요.

물론 주교재는 EBS였고 개념부터 문제풀이까지 수능에 최적화된 수업을 해주셔서 진짜 좋았어요.

 

무엇보다 정치 선생님이 너무 열정적으로 수업해 주셔서 좋았죠. 결과적으론 3점짜리 한 개를 틀려서 2등급으로 밀려났지만

그건 시험이 너무 쉬워서 그랬던 거니까 선생님은 지금처럼만 하면 될 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전체적으로 점수는 올랐지만 언어는 그대로여서 많이 속상했었어요. 사람 마음이란게 다른 거 다 잘해도 못한 것만 눈에 보이잖아요.

게다가 제가 언어공부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니고, 지긋지긋한 분석노트와 인강까지 매일매일 꾸준히 노력했는데,

점수가 너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날 저녁 방안에서 혼자 왕창 울었죠.

억울하다고 소리치면서요. 그리고 그 억울함을 원동력으로 삼았죠.

 

7,8월이 되면 무더운 날씨와 함께 헤롱거리기 딱 좋은 시기에요.

대학생 친구들이 방학이라 다들 바다에 놀러가고 싶다는 둥 학원방학을 기다리며 마음이 들뜨기 쉬워요.

저는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아무래도 여름이 되다보니 몸이 많이 지치더라고요.

특히, 그해 여름은 정말 더워서 항상 에어컨 바람을 맞다보니 정말 짜증났어요.

 

그래서 학원 측에서는 저와 같은 학생들을 배려해서 자습실 배정을 약냉방실이라 하여 원하는 학생들은 따로 배정해 주었지만,

한곳에서 오래 있다보니 사람이 점점 게을러지게 되더라고요. 긴장감이 없어진달까?

하지만 모의고사는 변함없이 매달 보았고, 이때 본 시험들에서 외국어 점수가 많이 떨어졌었죠.

다른 과목도 아니고 외국어 점수가 너무 떨어져서 충격이 컸어요. 4~5점이 떨어진게 아니라 한 15점정도가 훅 떨어졌었거든요.

충격이 너무 커서 그날 이후, 틈만 나면 영어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따로 시간을 더 늘린건 아니고요.)

그 다음 시험에서 다시 원상복귀해서 한숨 돌렸지만, 그때 기분은 정말 아찔했어요. 수능때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반면에 언어점수는 원점수로 98점을 맞는 등 이때 정점을 찍었었던 같아요. 서서히 노력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죠.

 

학원 방학이 끝나고 9월평가원까지 치르고 나면 중도 하차생들도 많아지고 수시 준비하는 사람도 많아서 학원 분위기가 잠시 어수선해져요.

다들 이제 수능이 얼마 안남았으니,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살길 찾아가겠다는 거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수능하루 전, 심지어 일분 전에도 우리는 모르는 걸 공부하고 시험을 본다는 거죠.

선생님들은 바로 그런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분들이고요. 그래서 혹시라도 9월,10월부터는 자기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계시다면 그

런 계획은 쓰레기통으로 버려 버리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전 우연히 만나 하는 말이 자기가 학원 그만둔 건 정말 큰 실수였다고 말하더라고요.

컨디션 조절은커녕,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9월엔 정말 그간 있는 힘을 다해서 공부했어요. 다들 심신은 이미 지칠 때로 지친 상태고 수능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 하죠.

게다가 저는 9월 평가원 시험을 망쳐서 자괴감에 빠져있었고 공부도 손에 잡히질 않았죠.

하지만 이런 저희들을 보며 담임선생님께서는 9월 한 달만 정말 미친 듯이 공부해보자고 하셨죠.

 

그래서 저도 정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공부했던 것 같아요.

이때 저는 주로 EBS복습을 하면서 영역별로 제가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려 애썼어요. 저

 같은 경우, 언어에서 비문학 과학, 기술지문 공부와 고전시가를. 수학에서 미적분을, 외국어에서는 빈칸추론를 중점적으로 공부했어요.

 

10월부터는 본격적인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어요.

바로 내일이 수능이라고 생각하고 생활했죠. 잠도 충분히 자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어요.

공부는 EBS복습과 지난 7개월간 공부해온 것들을 정리하면서 복습위주로 했어요. 실

전 모의고사와 같은 문제집을 새로 사기보다는 기존에 해왔던 것들을 보고 또 보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실전 연습도 중요하기 때문에 선생님께 사설 모의고사문제들을 받아서 수업이 없는 주말을 이용하여 수능과 똑같이 모의고사를 보았죠.

 

독감예방주사도 미리 맞으면서 몸관리에 최대한 신경을 썼지만, 수능을 1주일 앞두고 지독한 코감기에 걸려 고생을 했어요.

해야할 공부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머리는 지끈거리고 콧물은 계속 흐르고 정말 미치기 일보직전이었죠.

게다가 그런 최악의 상태로 수능 보기 전 마지막 모의고사를 보았어요.

제가 시험을 제대로 본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그냥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야자를 빼려고 했지만 담임선생님은 굉장히 못마땅한 말투로 “마음대로해”라고 하시더군요.

너무 아픈데 담임선생님까지 야자빼려는 수작으로 저를 대하신 것 같아 진짜 서러웠어요.

 

결국 저는 밀려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반에 혼자 남아 구석에서 펑펑 울었었어요.

 

물론, 선생님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저를 위해서 그러셨다는 것 다 알지만 그래도 그때 처음으로 서운함을 느꼈죠.

그런 서운함은 뒤로한 채, 저는 수능 보기 전에는 감기 나을려고 정말 별짓을 다했어요.

아침, 저녁으로 식염수로 콧속을 씻고, 비타민을 평소에 3배를 먹고, 화장실 자주 갈까봐 거의 마시지 않았던 물도 하루에 2L이상 마시는 등

정말 발악을 했더니 낫긴 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종강일이 되었죠.

 

종강일은 수능 이틀 전날 이었는데, 참 기분이 묘했어요. 이제 더 이상 이곳에서 공부할 일이 없다는 것이 시원섭섭하더군요.

특히 마지막으로 야자를 하던 그날 기분은 정말 이상했어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 느끼지 못했던 아쉬움을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드디어 수능 전날, 방안에 쌓인 책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떨리진 않았어요.

마치 평소처럼 모의고사 보는 기분이었죠. 다만 조금 다른 환경에서 모의고사를 보러가는 기분이랄까.

 확실히 작년과는 제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또 바로 내일이 수능이었기 때문에 문제풀이나 새로운 것을 공부하기 보다는 10월에 미리 정리해 놓은 노트를 보면서 기억을 다졌어요.

알고 있는 걸 확실히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8개월간 노력한 제 마지막 점수는 22211.

수능시험장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떨리지 않던 마음이 언어영역 듣기평가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온몸이 떨릴정도로

심하게 긴장하는 바람에 목표한 만큼의 점수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한국외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모두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참 마지막까지 저 옆에서 함께 뛰어주신 코나투스 고릴라 ㅋㅋ 백 인덕 쌤! 완전 감사합니다. ^^

  

등록일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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